정부 도시정비법 층수규제 등 완화… 개발이익 최대 90% 환수 참여 제로, 일부 재건축조합 "차라리 중단"
인센티브 풍부한 공공재개발 주목,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 리스크 적어… 개정안 발의 전 3곳서 벌써 참여 의사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주요 대책으로 꼽힌다. 용도변경과 용적률 완화로 주택 공급 수를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8·4 대책에서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 지역에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갑다. 용적률과 층수 규제가 완화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기부채납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방식으로 추가 건축 주택의 최대 90%만큼 이익을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광명시 광명7동 298-8 일대 주택가 전경. 2007년 광명7동 일대 7만4천392㎡ 면적이 광명 도시재정비 촉진사업(광명뉴타운사업)을 위한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반대로 2015년 구역 해제되면서 정비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시 차원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공사 중인 인근 지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노민규기자
광명시 광명7동 298-8 일대 주택가 전경. 2007년 광명7동 일대 7만4천392㎡ 면적이 광명 도시재정비 촉진사업(광명뉴타운사업)을 위한 ‘제1종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반대로 2015년 구역 해제되면서 정비사업은 무산됐다. 이후 시 차원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공사 중인 인근 지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노민규기자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시장 반응 ‘냉담’= 8·4 대책의 핵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참여하면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해 주택을 기존 가구 수보다 2배 이상 공급하는 안이다. 도시정비법 개정을 통해 용적률은 300~500% 수준, 층수는 최대 50% 허용된다. 또 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 상한(현행 90%)과 공원 설치 의무(가구당 2㎡)를 완화한다. 대신 증가 용적률의 50~70%만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그러나 아직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를 밝힌 사업장은 없다.

서울 미아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은 조합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것인데 정부안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공기여 비율을 높인다면 차라리 재건축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용적률 262%가 충분하진 않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건축이 이용되느니 현 용적률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김원철 서울 금천구 시흥동 무지개아파트 일대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장은 "조합원 처지에서 지금 용적률이 완화돼 과밀하게 짓는 것은 주거쾌적성을 떨어뜨리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조합원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개발이익의 최대 90%를 환수하는 것은 심하다"고 토로했다.


◇인센티브 풍부한 공공재개발에 관심 집중= 비교적 인센티브가 풍부한 공공재개발에 관심이 쏠린다. 법적 용적률의 120%까지 늘어나면서 더 받는 용적률의 20~50%를 국민주택 규모 주택으로 지어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여기 더해 분담금, 중도금 부담 경감, 이주비 지원, 분양가상한제 제외,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 지원 등이 따른다. 현재 천준호(더불어민주당·서울강북갑) 국회의원이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벌써 서울 흑석2구역, 성북1구역, 양평14구역 등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8·4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공공재건축 사업은 조합 관점에서 주거 환경 저하 우려, 공동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비해 인센티브는 미약해 정부가 원하는 시기,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물량 공급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재개발과 관련해선 "소유자 참여를 유도할 만한 충분한 인센티브가 존재해 상당수 구역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정비사업은 공공 개발과 달리 민간 토지주인 조합원의 참여가 필수적인 민간 사업"이라며 "최근 5년간 서울 아파트 준공 가구 가운데 71.8%가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공급된 만큼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소유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동시에 공공개입 정도, 공공주택 유형과 비율 등 수용 가능한 수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용적률 완화법’ 발의…해묵은 규제 손질되나= 국회에선 법률상 용적률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미래통합당,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용도지역제도가 종세분화된 지 20년 만에 용적률 기준을 대폭 손질하는 내용이다. 현행 법률은 도시지역 내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500% 이하로 정한다. 김 의원은 제1·2종전용·일반주거지역에 100~300%, 제3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에 200~900%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도쿄 대표 상업지구인 시부야는 용적률 최대 2천% 제공하는 대신 임대주택과 유사한 ‘부담가능주택’을 의무공급하거나 공공기여금을 받는 식으로 중산층 주거환경을 안정시켜 주택가격 상승률을 낮추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지역을 특정해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다예·전원희기자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