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지정 시 사업시행 이후 세대수나 용적률 증가와 관계없이 무조건 용적률을 깎아버린다. 정비사업에만 존재하는 불합리한 용적률 체계를 바꿔야 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비구역에서 최대 용적률보다 한참 낮은 용적률을 적용하는 현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상 제3종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250%이지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경우 기준용적률은 210%로 무려 40%p 깎인다. 그는 "일단 용적률을 깎고 최대한의 공공기여를 유도하려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재건축 발목 잡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강남 은마아파트 같이 사업성 좋은 곳은 별 무리 없이 추진될지 몰라도, 용적률이 사업시행 이전보다 깎이는 단지의 경우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고 꼬집었다.

이 부연구위원이 정비사업의 용적률 패착부터 고쳐야 한다고 제언한다. 전체 주택공급 대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도시가 노후화되면서 정비사업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서울 시내 아파트 공급량의 81%가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됐을 정도로 정비사업은 주요 주택공급대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며 "내년부터 ‘1기 신도시 준공 30년’이 도래하기 시작해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연구위원은 최대 용적률 적용뿐 아니라 추가 상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교통 결절지나 도로·공원 등 인프라가 양호한 곳 등을 바람직한 대상으로 제시했다. 그는 "무분별하게 용적률을 완화하면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나 주변 지역 주민이 일조권과 경관권을 침해당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특별건축지역 등으로 지정해 세밀한 건축계획을 하는 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용적률 상향을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 주장이 힘을 받는 가운데 일각에서 특혜 시비를 키우는 것과 관련, 이 부연구위원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개인 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보편적 정의가치가 아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정책을 판단하는 냉철함과 정책 결과가 좋은 것이 정의로운 것이라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걷는 개발이익금을 낙후한 도시의 재생사업에 쓰는 등 공공이익을 키우려는 정책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과거 서울시가 주택재건축에서 임대주택 단 한 채를 공급하려고 조합과 씨름한 적이 있다. 결국 서울시 요구가 관철됐지만, 그 한 채를 위해 어마어마한 행정력이 낭비됐다"며 "임대주택 반발감이 큰 곳은 비교적 반대가 덜한 행복주택을 대신 공급하거나 현금을 기부채납받아 지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에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등 정책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다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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