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타고 장지역까지 1.6㎞ 출근길 정체 20분간 엉금엉금
강남역까지 가려면 1시간 넘어… "정부 철도계획 이제는 못 믿겠다"

 

"철도 개통 10년 기다리다 지쳐 이사하려고요. 이제 교통지옥 끝내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 장지동 ‘꿈에그린아파트’ 버스정류장에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는 위례신도시 입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송파 장지·거여동, 성남 창곡동, 하남 학암동에 걸친 위례는 가구 수로 3만3천 가구에 무려 9만여 명이 거주하는 도시다. 하지만 가까운 철도역은 없다. 서울 도심 통근자 대부분 버스로 8호선 장지역까지 이동했다. 위례중앙광장에서 두 정거장 떨어져 있지만, 출근길 정체로 길이 꽉 막혀 1.6㎞ 남짓 거리를 20여 분 동안 기어가듯 했다. 강남역 도심까지 지하철 탑승시간 30분을 합쳐 1시간여 걸렸다. 위례중앙광장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도 1시간10분 만에 간신히 도착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 장지동 지하철 8호선 장지역 부근 도로. 김영운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 장지동 지하철 8호선 장지역 부근 도로. 김영운기자

콩나물 시루 버스에서 만난 위례신도시 주민 한모(50·여)씨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철도가 개통한다는 희망고문에 시달린 게 10년가량"이라며 "수년째 착공도 못한 데다 정부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여서 다른 도시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08년 국토교통부는 위례신도시(당시 송파거여신도시) 개발계획 확정 발표 당시 강북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 지하철 8호선·분당선 환승역인 복정역과 5호선 마천역을 연결하는 트램 등의 신규 노선 개통을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계획은 엎어졌다. 위례중앙광장에서 신사역까지 22분 만에 갈 수 있는 위례신사선은 당초 2024년 개통 예정이었다가 2027년까지 미뤄졌다. 계획대로 됐다면 2017년 개통했을 8호선 추가 역은 지난 1월 겨우 착공한 상태로, 내년 개통 예정이다. 위례와 4호선 경마공원역을 잇는 위례과천선은 2014년 사업성 등을 이유로 취소됐다가 2016년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재추진 중이다. 위례선(트램)은 민자적격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공, 서울시 운영으로 재추진돼 2024년 준공 예정이다.

경기 성남 수정구 복정동 59-1 일대 8호선 추가역 건설현장. 김희민기자
경기 성남 수정구 복정동 59-1 일대 8호선 추가역 건설현장. 김희민기자

국토부 관계자는 "위례 트램은 2024년, 위례신사선은 2027년 개통 예정이고, 위례과천선은 개통시기가 미정"이라며 "과천선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있지만, 경기도가 종점 연장(경마공원역→정부과천청사역)을 건의, 상위계획에 변경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위례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는 "위례신사선과 트램 등 신규 계획된 철도의 착공 시기가 기약 없이 미뤄져 불신이 강한 분위기"라며 "앞서 정부가 발표한 2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도 시행되지 않은 마당에 하남이 GTX-D노선 개통 후보지로 거론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되물었다.

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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