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에 휘둘리는 하남 교산 교통대책
3호선 오금역 연장 경제성 부족에 경전철안 내놓자 이웃 감일주민 반발… 국토부 3호선안 유턴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이 위기다. 내 집 앞에 철도를 놔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통과된 노선에 대해 역 추가 신설, 연장 등 신도시 밖 주민들이 집단 목소리를 내고, 지자체나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싣는다. 철도 노선은 이들의 요구에 따라 이리저리 굽는다. 행정절차가 지연되면서 개통 시기는 예정을 한참이나 지난다. 피해는 고스란히 신도시 입주민에게 전가된다. 중부일보는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을 둘러싼 되풀이되는 문제의 고리를 끊고자 갈등 양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짚어본다.

‘잠실·강남 대신 오금 직결.’

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3기 신도시 하남 교산의 핵심 교통대책으로 지하철 3호선 종착역인 오금역 연장을 우여곡절 끝에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2018년 신도시 대상지를 발표하면서 하남시청역(5호선 개통 예정)과 3호선을 잇는 연장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B/C값 0.56)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대안 노선을 함께 제시했다. 하남시청역~오금~송파나루(9호선)~잠실(2·8호선)까지 이어지는 지하경전철 또는 트램 신설 노선이었다. 잠실과 강남 출퇴근 수요를 흡수, 적자 폭을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하남 교산은 649만㎡ 규모 터에 들어서며 총 3만2천 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사진은 춘궁동에서 바라본 교산 일대. 사진=김영운기자
하남 교산은 649만㎡ 규모 터에 들어서며 총 3만2천 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사진은 춘궁동에서 바라본 교산 일대. 사진=김영운기자

그러나 하남 감일지구 주민들이 정부가 공언한 3호선 연장을 갑자기 뒤바꾸는 신뢰성 없는 행정이라고 규탄하고 나서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감일지구 주민들은 경전철이 수송능력이 떨어져 하남시민 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신도시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어 현실성이 부족한 데다 개통 지연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국토부가 마련한 주민설명회, 전문가 토론회 장을 점거하고 무산시키는 일도 있었다. 결국 국토부는 감일지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원안(지하철 3호선 연장)대로 추진, 현재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준비단계에 있다.

신도시 교통대책이 해당 지역의 입주예정자가 아닌, 주변 주민에 휘둘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을 내는 입주예정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사업 초기 단계라 주민 집단이 형성되지 않아 엉뚱하게 주변으로 발언권이 넘어간 것이다. 돈 내는 사람 따로, 발언하는 사람 따로인 모순된 상황이다.

지자체나 정부 정책도 부화뇌동하긴 마찬가지다. 집값, 교통편의 등 자신이 속한 지역을 우선시하는 주민들에 흔들리는 까닭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교통정책을 내놓은 탓이다. 지역민 목소리에 갈지자를 그리는 지자체를 따라 정부도 오락가락한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남 교산신도시 입주예정자를 위해 잠실로 직행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며 "인근 감일지구 주민의 항의로 국토부가 갈팡질팡하면서 노선계획이 비효율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A라는 노선을 발표했어도 검토 이후 B노선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B로 추진하는 결단이 있어야 하는데 주민 눈치를 많이 본다"며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고 노선을 바꿀 수 없으면 처음부터 제대로 된 노선을 정해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다예·양효원·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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