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는 신도시 교통대책] 7만명 사는 식사·풍동 철도역 전무
도로는 1·2·3기 신도시 연결 만성체증… 고양선 일산 연장 등 요구 봇물
새롭게 꺼낸 도로 위 지하철 S-BRT 부천 대장지구 반발 벌써 퇴짜 위기

 

지난 10월 21일 고양도시철도추진연합회는 국토부 앞에서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핵심 신규 교통사업인 고양선 연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로 스물두 번째 방문이다. 이들은 중형차 6대가 늘어선 길이로 플래카드를 만들어 걸고 국토부 앞 인도를 점거했다. 방역복 차림을 한 이들은 ‘코로나 아웃, 식사역 확정’을 외쳤다. 집회 열기가 고조되자 ‘교통소외 식사섬’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불태우며 고성을 냈다.

◇기존 식사·풍동지구 "창릉 입주로 교통난 심화"= 고양선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새절역부터 고양시청까지 14.5㎞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지난달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백석에서 서울~문산 도로 연결(4.8㎞)과 제2자유로 연결(1.2㎞) 등 5개 도로 사업과 함께 창릉신도시 신규사업으로 추진된다. 30사단 이전 예정지와 보전가치가 낮은 그린벨트 등 812만7천㎡에 공급될 3만8천 가구가 서울 도심으로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또 역세권 중심으로 판교의 2배가 넘는 130만㎡ 규모 자족 용지와 관련, 기업 입주와 일자리 창출을 유인하는 창릉지구의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핵심 대책이다. 창릉지구가 서울 출퇴근자의 주거 도시 역할을 충실히 하고, 나아가 자족도시로 성장하려면 고양선의 적기 완공이 절실하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 식사동 814 일대. 식사지구 주민들 사이에서 고양선 식사역 신설 터로 언급되는 곳이다. 양효원기자
경기 고양 일산동구 식사동 814 일대. 식사지구 주민들 사이에서 고양선 식사역 신설 터로 언급되는 곳이다. 양효원기자

하지만 식사동, 풍동 주민들과 고양시가 고양선의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범위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지켜볼 일이 됐다. 연장안으로 예타 범위가 수정되거나, 또 사업성 부족으로 통과되지 못하면 완공 지연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달 지역구 국회의원인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병) 지역사무실을 열흘가량 점거했다. 국토부가 이들의 요구에 검토 답변을 내놓자, 이들은 고양선과 식사역 동시 착공을 외쳤다. 창릉지구 입주로 식사·풍동지구 교통난이 더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미니신도시급으로 2만7천여 가구에 7만4천 명이 거주하는 이곳 주민들은 ‘식사섬’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교통시설 부족을 호소한다. 이렇다 할 철도역이 없는 데다 서울로 이어지는 고양대로와 자유로를 이용한 출퇴근길 체증이 심각한 탓이다. 고양대로는 창릉지구와 인접해 있고, 자유로는 1기 신도시 일산, 2기 신도시 파주 운정과 연결된다.

식사지구 주민 A씨는 "식사·풍동지구는 개인 차량 없이 살 수 없는 동네"라며 "출퇴근길은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이재준 고양시장은 "고양선의 일산 연장 불가 시 창릉신도시 관련 협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고양대로 등 도로의 교통정체가 극에 달해 철도 개통을 통한 수요 전환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고양 창릉지구의 광역교통개선대책 확정안은 이달 중 공개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개발지역과 주변 도시 또는 구도심 개발지역을 전체적으로 고려, 지역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방향성을 잡고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언급했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 식사동 ‘일산위시티블루밍3단지’에 고양선 식사역 신설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양효원기자
경기 고양 일산동구 식사동 ‘일산위시티블루밍3단지’에 고양선 식사역 신설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양효원기자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가 다른 도시들보다 서울과 가깝게 위치해 중간에 3기 신도시를 끼고 서울로 통근하는 다른 도시 주민들은 출퇴근길이 훨씬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내 기존 출퇴근자의 불편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철도’ 요구에 ‘S-BRT’ 시범사업 전 퇴짜 위기= 국토부가 일명 ‘도로 위 철도’인 S-BRT 추진계획을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서 이를 철회하고 철도 개통을 요구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월 중앙버스전용차로 수준의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계)를 최고급형으로 격상한 S(Super)-BRT를 부천 대장지구와 인천 계양지구 등 3기 신도시 핵심 교통사업으로 계획했다고 발표했다.

S-BRT는 철도처럼 정시성을 보장하는 버스운행체계로 교차로 우선신호 적용, 폐쇄형 정류장 구축을 통한 사전요금 지불 등이 특징이다. 1974년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에서 구축비용과 유지관리비가 많이 드는 철도 대신 버스전용차로와 급행버스 형태로 운영, 현재 70개국에 전파됐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S-BRT 대신 철도 노선을 깔아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부천시의회는 9월 ‘대장지구 S-BRT 철회 및 철도계획 조속 추진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시의회는 ▶계획된 S-BRT는 GTX-B노선과 환승 연계하는 것이어서 대장지구의 광역교통대책으로 볼 수 없고 ▶3기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대장지구만 철도계획이 수반되지 않아 입주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고 ▶BRT 노선이 부천 원도심 지하를 통과해 인근 주민이 피해를 입는다고 반대 사유를 들었다.

여기 더해 김포공항~인천 계양~부천 대장(17.3㎞)을 잇는 S-BRT 구축계획을 철회하고,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원종홍대선의 대장지구 연장과 김포~부천~서울~하남을 지나는 GTX-D노선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BRT가 운영되는 청라~강서 구간은 당초 계획보다 뒤떨어진다는 평이 있다"며 "버스냐, 철도냐를 따지기보다 수도권 광역교통대책이라는 큰 틀에서 노선계획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대장지구에 철도를 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황배 남서울대 교수는 "S-BRT는 광역과 광역을 연결하는 전용도로로, 하루 8만 명 이상의 수송량과 정시성을 보장하면서도 건설비는 일반철도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입주 시점과 동시에 개통할 수 있어 입주민 불편까지 해결할 수 있는데 지자체는 전부 철도를 해달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도시 입주자가 원인자 부담으로 광역교통개선대책 비용을 지불했는데 당장 불편함을 감수하고 기존 시민의 교통 민원까지 떠안아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지하철을 기다린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다예·양효원·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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