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시 주민들은 서울 가기 편한 노선이 지나는 철도 역사를 내 집 앞에 놔달라고 민원을 넣는다. 전체적인 광역교통망이 어떻게 되든 관심 없고, 내 처지에서 최선인 노선만 밀어붙인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도시 광역개선교통대책이 시급히 이행되지 못하는 이유로 기존 도시 주민의 지역이기주의를 꼽았다. 광역교통개선 분담금의 비용을 직접 부담하는 신도시 주민집단이 형성되지 못해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 주변 도시 주민이 명분 없이 발언권을 키우고 있다는 것.

조 선임연구위원은 하남 감일지구 주민의 지하철 3호선 연장 촉구를 예시로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하남 교산동 일대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하며 3호선 연장을 언급했으나, 막상 지난 5월 공개된 교산신도시 교통대책에서 3호선 연장안이 빠졌다. 3호선 연장으로 강남 도심권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된 감일 주민들은 강력 반발했고, 결국 국토부는 당초 대책안이었던 송파~하남 도시철도 대신 3호선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는 "하남 주민들이 가는 방향이 주로 잠실이어서 송파로 철도를 연결하려고 했던 것인데 감일 주민의 반발로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게 나온 3호선 연장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계획이 틀어졌다"며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통행이 흐르는 방향이 노선에 반영돼야 하는데 노선계획이 효율적이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꾸 주민 형편을 따라가다 보니 철도 노선이 굴곡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통합환승할인이 있으니 기존 철도를 버스 노선으로 연결하는 등 철도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교통학적으로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여기 더해 "정부가 A라는 노선을 발표했어도 검토 이후 B노선이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B로 가야 하는데 요즘은 주민 눈치를 많이 본다"며 "주민 민원이 워낙 많다 보니 갈등을 해소하려는 의지도 없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같이 가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는데 이제는 각자도생의 사회가 됐다"며 "사회 전반의 가치가 바뀌었기 때문에 누구도 (사회적 합의)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고, 얘기를 꺼낸다고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 구조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철도 역사가 생기면 주변 집값이 1억 원 이상 뛰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게 되면 3억 원 오른다고 농담 삼아 얘기를 많이 하는데, 집값만 생각해서 철도 놔달라는 주민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철도 개통 뒤 집값 차익에 대해 세금을 거두는 강력한 대안도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신도시 계획이 대외비로 검토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최적의 교통대책이 공론화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사업계획이 번복되지 않도록 정부가 처음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제대로 노선을 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박다예기자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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