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요불급한 철도는 지금이라도 과감히 버리고, 버스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매년 수백억 원의 운영 예산이 들어가는 철도보다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한 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배차간격이 2~3분인 버스를 만들어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구간에 집중적으로 공급한다면 철도를 굳이 도입하지 않더라도 ‘교통지옥’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철도는 1㎞마다 건설비 1천억 원이 들고 조성한 다음에도 운영비 수백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반면, 버스는 하루 60만 원 정도면 운영이 가능하다"며 "버스는 수요에 따라 증·감차가 유리하지만, 철도는 수요에 따라 감차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역교통을 계획할 때 철도는 정말 중요한 골격이 되는 ‘척추’ 부분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버스로 연결하는 것이 교과서"라며 "철도 관련 미련을 버리고 교과서로 돌아가 원칙을 지키면서 산재한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은 물론 2기 신도시의 교통문제도 철도 신설·연장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배차간격이 짧고 직통으로 가는 버스를 공급함으로써 더 좋은 ‘가성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논지다. 아울러 수요예측 실패에 적자가 누적되면서 파산한 ‘의정부경전철’을 언급, 운영비 문제에 대해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철도를 꼭 지어야 한다면 해당 지자체의 재무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현재 철도 계획이 들어간 지자체 중에서도 분명히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부분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만약 운영비 감당이 어렵다면 철도 조성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수익성이 없는 구간에 철도를 조성하면 결국 끝없는 적자와 싸워야 하는데, 가장 먼저 인건비 하락과 원가절감이 추진된다는 얘기다. 또한 적자노선을 끌고 가는 건 안전사고 발생을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시행사가 도시를 조성하는 것을 넘어 도시 관리의 영역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철도는 요금 수입으로 유지할 수 없는 게 명확하다"며 "꼭 필요한 구간에만 철도를 조성한 뒤 일본이나 홍콩처럼 도시개발수익을 활용해 운영비를 충당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효원기자
사진=김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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